공간기획 ('78 임채진)

작년 신용산역 앞에 새롭게 들어선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은 요즘SNS에서 소위 ‘힙 플레이스’로 통한다.이미 가로수길,경리단길 등에서 인기가 검증된 카페와 맛집들이셀렉트 다이닝형식으로 지하에 입점해 근처에서 일을 하는 직장인뿐만 아니라 새로운 곳을 찾는 젊은 층의 발길을 이끈다.이처럼 광화문,여의도,명동 등지의 대형 오피스빌딩 저층부를 전국의 유명 맛집들을 선별한 편집숍 형태로 구성한 전략적인 기획공간이 떠오르고 있다.영국 건축가 데이빗 취퍼필드가 한국에 최초로 설계한 대형 오피스빌딩이라는 이슈는 이곳을 찾는 일반들에게는 관심 밖의 이야기다.이들은 이곳이 무엇으로 채워져 있고,어떠한 것들을 즐길 수 있는지,그리고SNS에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장소인지가 보다 중요하다.

일본의츠타야 서점에서 시작된 상업과 문화의융합공간은 단순한 복합공간을 넘어,기존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공간적 경험을 선사하면서 많은 화제와 인기를 끌었다.이러한 공간적인 성공은 그곳이 입점한 건물과 단지에 연쇄적인 파급효과를 보이면서 이제는 많은 건물과 지역에서 이와 같은 공간을 만들고 유치하고자 한다.이처럼 쇼핑공간에서 오직 쇼핑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없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는 공간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관심을 끌고 있으며한 공간으로 화제가 되며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그렇다면,이러한 공간적인 성공을 이끄는 소위힙 플레이스를 만드는 사람들은 누구일까?기존에 없던 장소를 기획하고 만들어 새로운 트랜드를 이끄는 일을 과연 누가 하고 있는 것일까?

광화문D타워의 저층부 상업공간을 기획하여 큰 성공을 이끌고 여의도 글래드호텔,인천 네스트호텔을 기획하고,한남 사운즈를 만든JOH(대표 조수용)는 작년 카카오프랜즈와 통합되면서 카카오ix로 새롭게 태어났다. JOH2010년부터 혁신적인 경험을 기획하고 실현하는 창조적인 비즈니스를 모티브로 국내에서 공간기획 분야의 개척자의 역할을 해왔다.그들은 기존의 부동산개발과 건축디자인을 통한 건설을 넘어 콘텐츠를 기획하고 이를 담는 공간 또한,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이끄는 장소 만들기에 집중해 왔다.스스로를 디렉터라 칭하며 건축,브랜딩,마케팅,미디어 분야로 팀을 구성해 어느 한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 융합적인 협업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 기획과 실현에 역량을 발휘해 왔다.

OTD(대표 손창현)는 요즘 이러한 공간기획분야의 가장 앞서가는 회사이다. OTD2014년 좀처럼 활성화가 되지 않던 건대 스타시티의 활성화를 맡으면서 출발했다. ‘오버더디쉬’ 1호점은 건물주로부터 공간을 빌린 다음 다시 여러 맛집을 유치해 그들에게 매장을 임대하는 방식으로 지역 내 맛집들을 오버더디쉬에 유치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던 스타시티3층을 한달 만에 발 디딜 틈 없는 공간으로 변신시켰다. 3층이 살아나면서 건물 전체가 활성화되는 효과도 나타났다.현재OTD파워플랜트’, ‘디스트릭트Y’, ‘마켓로거스’, ‘헤븐온탑’, ‘성수연방등 다양한 브랜드를 탄생시키며 많은 부동산 기업과 대기업들이 유치하고 싶은1순위공간기획자가 되었다.이들은 이제셀렉트 다이닝의 콘텐츠를 넘어, ‘성수연방과 같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있다.성수연방은 생산부터 소비까지 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공장 플랫폼이다.성수동의 오래된 공장을 리모델링해1층에는 판매시설을 넣고2~3층에는 공장을 만들어서 단순히 물건을 생산하는 것뿐만 아니라 소비까지 한번에 이루어지는 체류형 공간으로 만들었다.이뿐만 아니라OTD는 부동산 개발에도 참여하며 기존의 맛집 편집숍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공간기획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JOH, OTD와 같은 회사는 소비자들의 트랜드,부동산 시장의 변화를 읽고 공급과 수요가 만나는 접점을 찾아내는데 집중한다.이들이 기획하는공간 플랫폼 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부동산 시장이 만성적인 공급과잉의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았던 시장이기 때문에 공간 구성에 대한 고민을 특별히 할 필요가 없었고,건축가들은 주어진 시설용도에 따라 건물을 만들고 공간을 구획하면 입점이 되고 사람들로 채워지는 형식이었다.하지만 지금은 강남역에 위치한 건물1층에도 공실이 발생하고 종로대로의1층 대형상가가 비워져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에 공급자들이 수요자들의 수요에 맞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앞으로도 이 같은 현상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수요자들의 수요에 맞는 공간은 결국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나도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공간,온라인에 남기고 공유하고 싶은 공간이다.이러한 공간은 유명건축가가 설계한 멋지고 아름다운 건축물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이끌고 즐길 수 있는콘텐츠가 담긴 공간이다.이러한 공간이 건물의 한 부분에 위치하고 있으면 그에 대한 파급효과로 공실률도 줄이고 상권과 인지도의 향상으로 건물과 장소의 가치가 올라 많은 부동산 업계와 기업들에서 이러한콘텐츠가 담긴 공간을 기획하고 만들기 위한 노력이 확산되고 있다.

지금껏 우리 건축가들은 프로그램을 담는 물리적인 환경을 만들어 왔다.어떻게 하면 주어진 프로그램을 잘 담을 수 있을까,그 프로그램을 위한 공간은 어때야 할까에 집중해 왔다면 앞으로는 물리적인 환경을 구축하고 공간을 디자인 하는 것뿐만 아니라,어떠한콘텐츠를 기획하고 담았을 때 그 공간이 진정 살아있는 공간이 되고 지속 가능한 생명력을 가지게 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건물을 체험하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문화의 코드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경험하고 행위를 이끌어내도록 계획하여 소비자가 향유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공간디렉터,앞으로 우리 건축가들이 관심을 가지고 확장해 나갈 영역이다.

네덜란드의 건축거장 헤르만 헤르츠버거는 이렇게 말했다.그 건물이 무엇인지 보다는 그 건물이 무엇을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건축가들이 공간의 물리적인 디자인과 구축을 넘어,새로운 경험을 이끌고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공간의 기획자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


글; 임채진('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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